내국인이 드나들 수 있는 ‘오픈 카지노’를 허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반대가 심하겠죠?”
올해 초 경제부처의 한 고위 공무원을 만나 카지노 규제 완화에 대해 취재하던 중 그는 불쑥 이런 질문을 던졌다.
강원랜드 외에 추가로 오픈 카지노를 허용하는 방안을 물을 때 정부 관계자들의 공식 반응은 판박이처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안 한다’는 강한 부정보다 ‘하고 싶지만 못 한다’는 뉘앙스에 가깝다. 부정적인 여론이 부담스럽지만 카지노 규제를 풀어 막대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는 싱가포르의 성공을 보며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는 눈치다.
요즘 아시아는 ‘카지노 전쟁’ 중이다. 대만 러시아 베트남 등이 잇따라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금껏 카지노 사업을 허용하지 않았던 일본도 카지노 합법화 논의를 본격화하며 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관광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한국 정부도 이런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변국에 우후죽순처럼 카지노가 들어서면 제주도 등에 찾아오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 게 불 보듯 환하다. 정부가 최근 잇따라 카지노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행보는 무척 조심스럽다. 외국인 전용 선상카지노 등 반대가 심하지 않을 만한 사안들부터 조금씩 규제를 풀고 있다. 또 관련 제도를 바꿔 놓고도 카지노에 부정적인 여론의 눈치 때문에 카지노 허가를 내주는 데는 소극적이다.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종 허가를 내린 영종도 카지노는 정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카지노 관련 규제를 완화해 놓고도 수차례 결정을 연기하며 1년 넘게 설립 승인을 연기했던 사업이다.
문제는 이런 수준의 규제 완화로는 “한국판 싱가포르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시아 각국이 수조 원의 투자를 유치해 휘황찬란한 복합 리조트 단지를 조성하는 상황에서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에 있는 호텔에 외국인 카지노 몇 개 더 허용한다고 대단한 관광객 유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카지노에 대한 반대 여론이 한국 못지않았던 싱가포르는 카지노 산업 개방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치밀하게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고, 내국인의 카지노 입장료를 100싱가포르달러(약 8만5000원)로 높이는 등 사행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국민들을 설득했다.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 정부가 여론의 반대를 탓하기 전에 그동안 얼마나 적극적으로 국민 설득에 나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최선을 다해 설득해도 여론이 끝까지 카지노를 반대한다면 차라리 이 방안을 포기하고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른 방편을 찾는 게 나을 수 있다. 지나친 조심은 비겁함이 된다. 정부의 카지노 규제 완화가 정부의 그저 “할 만큼 했지만 여건이 안 됐다”는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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