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9일 토요일

제주·부산 "카지노 포함된 복합리조트 짓겠다"

정부가 인천 영종도에 외국인 카지노 유치를 허용하면서, 부산·전북·전남·제주 등 카지노단지 유치를 검토해왔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유치 작업에 나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8일 중국·미국계 합작사인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코리아)이 청구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도 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 허가 사전심사에 '적합' 통보를 내렸다.

리포앤시저스는 2022년까지 3단계에 걸쳐 2조3000억원을 투자, 국내 최대 규모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세울 계획이다. 2018년 개장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에 착공되는 1단계 사업에는 약 8000억원이 투입되며, 여기에는 760실 규모 호텔 3개, 컨벤션센터 등이 포함돼 있다. 인천시는 개장 3년 뒤인 2022년이 되면 연간 110만명의 관광객 유치와 4500억원 이상의 세수 증대 효과, 약 3만5000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최대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시티도 작년 10월 인천공항 국제업무단지 내에 1조9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영종도에 앞으로 3~4개 이상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추가로 허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카지노 복합리조트 추진 지자체. 연도별 외래객 대비 카지노 이용객 현황.
이미 8곳의 외국인 카지노가 들어서 있는 제주도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조성에 가장 적극적 입장이다. 외교·국방·사법을 제외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는 중앙정부 방침과 별개로 도지사가 카지노 허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도심인 제주시 노형동 2만3301㎡ 부지에 건설 추진 중인 '드림타워'가 제주도 카지노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동화투자개발과 중국 녹지그룹이 공동 추진 중인 지하 5층과 지상 56층 규모 '드림타워'에는 2만2069㎡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카지노 시설이 포함돼 있다.

부산의 경우 동부산관광단지와 북항재개발지역, 가덕도 등이 복합리조트 유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은 일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중국인들 관광 수요도 증가해 카지노 유치 지역으로 매우 적합하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3일 내국인까지 입장 가능한 카지노 복합리조트 허용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카지노와 호텔·컨벤션 시설을 운영하는 샌즈그룹이 최근 부산을 두 차례 방문, 대규모 복합해양리조트 투자처를 물색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국제관광단지에 카지노를 포함한 대형리조트 건립을 추진한다. 전북은 새만금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새만금특별법'이 통과된 2012년 이전부터 한국관광협회에 카지노사업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의뢰하는 등 유치 채비를 갖춰왔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새만금은 국내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으로, 카지노가 들어서면 중국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라스베이거스 수준의 관광단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라남도는 영암·해남 지역에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건설 중인 '솔라시도'나,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등에 카지노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유니버설스튜디오 추진 부지, 충북 오송 경제자유구역 등도 카지노 복합리조트 유치 대열에 합류한 지역이다.

반면 강원도는 이번 영종도 카지노 허가 결정을 '영종도 쇼크'로 부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는 '폐광지역발전특별법'에 따라 2025년까지 내국인 카지노 사업권을 독점적으로 쥐고 있지만, 카지노 대형리조트가 대거 들어설 경우 기간 만료 후 독점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강원도 관계자는 "세계 카지노 업계에서 샌즈그룹이 디즈니랜드라면, 강원랜드는 동네 유원지 수준밖에 안 될 정도로 격차가 크다"며 "잇따른 카지노 설립 허용은 폐광 지역 살리기를 위해 도입된 국내 카지노 산업 육성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들의 '카지노 유치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해외 투자자가 주도하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은 순차적으로 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들이 다른 투자를 등한시하거나 시세 차익만 남기고 떠날 위험이 크다"며 "정부는 반드시 이중·삼중의 투자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수익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카지노 조성을 허가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영종도 카지노 허가 후에는 다른 지자체의 카지노 단지 건설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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